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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칼럼  |  김원율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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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순결했던 한 영혼의 이야기

글 | 김원율 안드레아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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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1일은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축일입니다. 성녀는 또한 소화(小花) 데레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소화 데레사는 187312, 프랑스 알랑송에서 태어나서 1888년 리지외의 가르멜 여자 수도원에 입회한 후 9년간 수도생활을 거쳐 24세의 나이로 1897930일 폐결핵으로 선종하였습니다. 그녀의 수도생활은 평범하였으나 또한 무한한 인내와 사랑으로 비범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성녀의 부모는 루이 마르텡과 젤리 마르텡부부로 두 분 모두 수도원에 들어가기를 희망할 정도로 신심 깊은 분이었으며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하여 세계 최초로 부부에 대한 시성(諡聖)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름없는 꽃, 모래알처럼 잊혀지기를 원했던 성녀
 
18951월 예수의 아녜스 원장의 권고에 따라 이에 순명하는 뜻으로 작은 흰 꽃의 봄날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회고록을 집필한 데레사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저는 그 분이 만드신 모든 꽃이 아름답다는 것과 장미와 백합의 순결함 때문에 작은 오랑캐꽃의 향기나 들국화의 순박한 매력이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소화 데레사가 장미나 백합처럼 눈에 뜨이는 화려한 존재가 아니라 오늘 피었다가 내일이면 사라지는 들꽃처럼 이름 없는 꽃으로 남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원장 수녀님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항상 성녀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성인들과 비교해 볼 때 하늘을 찌르는 높은 봉우리와 행인들의 발에 차이는 초라한 모래알 사이처럼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낍니다.” 성녀는 해변 가에 쌓인 하찮은 모래처럼 사람들에게 밟히면서 잊혀져가기만을 주님께 청하였던 것입니다. 이는 그가 진실로 겸손하였으며, 순수한 어린 아이와 같은 사랑을 보여주었음을 나타냅니다.
 
제가 어릴 때 교리시간에 수녀님으로부터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소화(小花) 데레사 성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녀님께서는 성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순교를 하거나 위대한 덕()을 이루어야만 성인(聖人)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 앞에 어린 아이처럼 자신을 맡기는 순결함만으로도 훌륭한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어린 아이야말로 조상이 원죄를 짓기 이전 에덴동산의 순결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영에 가장 가까운 선함을 지닌 존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로지 가난한 영성만을 원했던 소화 데레사 성인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영적으로 가난한 사람(poor in spirit)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는 오로지 영적으로 가난하게 해주실 것을 하느님께 청하였고 가난한 영성을 갖게 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데레사 성녀는 항시 두 가지를 하느님께 청하였습니다. 하나는 이웃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 앞에서 자신이 연약하고 작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의 것은 이웃 앞에 선 인간의 태도이고 둘째의 것은 하느님 앞에선 인간의 태도입니다.
 
전능하신 분께서는 제 마음속에 헤아릴 수 없이 큰 은혜를 베푸셨는데 가장 큰 은혜는 제가 작고 무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회고록에서 성녀는 자신이 작고 무능함을 깨달은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성녀는 영적 교만에 대하여 가장 경계하였습니다. 성녀는 17, 8세 무렵 십자가의 성 요한의 책을 읽고 교훈을 가슴에 간직하였는데 이는 영적인 교만을 경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적 가난을 추구한다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사랑만을 구하며 원장 수녀의 인간적인 호의나 친구의 우정을 갈망하지 않음을 뜻합니다. 데레사는 회고록에서 저는 오직 하느님만을 사랑하고 그분에게서만 기쁨을 찾으려는 열망을 느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간적인 위로를 찾는 것을 하느님께서 허락하지 않도록 기도드렸습니다. 인간적인 위로나 찬사 대신 이웃으로부터 불완전하다는 말을 듣고 오히려 기뻐한다는 것은 영적 가난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다면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참된 영광이라는 것은 영원한 것이며, 이에 이르기 위하여 필요한 것은 눈부신 업적을 쌓는 것이 아니라, 숨어 살며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듯이' 덕행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데레사 성인이 이를 깨닫도록 허락하신 것은 그녀의 나이가 열 살이 되기 전이었습니다. 참된 영광은 지상에서가 아니라 하늘에서 나타납니다. 이를 깨달았음은 데레사 성인이 받은 은총 중 가장 큰 은총이었으며 이 은총은 그녀에게 참된 겸손의 덕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데레사 성인은 자신의 공덕(功德)에 의지하지 않고 성덕 자체이신 하느님께 의지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녀가 가진 겸손의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세상의 눈에 숨어 있고 싶다는 소망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도움 없이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으며 연약하고 불완전하다는 자기인식입니다. 데레사 성인은 언제나 영원에 대한 큰 갈망, 영생에 비해 이 세상의 기쁨이나 칭찬 따위는 참으로 하잘 것 없다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녀는 이미 아홉 살 때에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위대한 성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던 것입니다.
 
가톨릭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성인 33인 중 한 분
 
데레사 성인은 249개월이라는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1898년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의 회고록인 어느 영혼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자 그녀에 대한 사랑과 존경이 급속도로 세상에 퍼졌으며 사람들로부터 기적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어린 시절에 대한 짧고 겸손한 이 글이 어떻게 이처럼 영적인 힘을 내뿜게 되었는지 참으로 놀라울 뿐입니다. 그녀의 글은 사람들의 마음을 한없이 감동시켰습니다. 순례자들이 리지외에 있는 성녀의 무덤으로 찾아와 기도를 드렸으며 은혜와 치유의 사례들이 보고되었습니다.
 
사망한 지 28년 후인 1925517일 교황 비오 11세에 의해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소화 데레사는 시성되었습니다. 1927년에는 비오 11세 교황에 의하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과 동등하게 선교사업의 수호성인으로 공표되었으며 1944년 비오 12세 교황은 소화 데레사 성녀를 잔 다르크 성녀와 동등한 자격의 프랑스 제2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였습니다. 그녀의 사망 100주년인 1997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티노와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포함된 33명의 최고 엘리트 성인에 데레사 성인을 올렸으며, ‘교회의 박사라는 칭호를 부여하였습니다.
 
오로지 사람으로부터 잊혀지기만을 원했던 가난한 영혼에게 이 얼마나 놀라운 영광입니까? 하느님께서만 알아주시는 작은 희생의 꽃송이만을 바치기 원했던 이 겸손한 믿음에 대하여 이 얼마나 위대한 보상입니까? 남으로부터 잊히기를 바랐던 소화 데레사는 만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되었습니다. 남으로부터 존경받기를 원치 않았던 성녀께서는 작고도 끊임없는 인내와 희생을 보임으로써 만인으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짓밟히는 모래알처럼 보잘것없는 존재가 되기를 희망했던 리지외의 성녀는 인자하신 하느님에 의하여 가톨릭교회의 큰 별이 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우리가 비록 광야에 핀 작은 들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하느님만이 아시는 작은 희생을 통하여 얼마든지 위대한 성덕을 이룰 수 있으며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될 수 있음을 작은 꽃 소화(小花) 데레사 성녀께서는 우리에게 가르쳐주셨습니다.
 
(2020.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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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10-0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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